빅터 파파넥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은 책 제목 그대로 '인간을 위한 디자인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는 책인 것 같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어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분야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든 것들이 계획되고 디자인되어야 하는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디자인은 인간이 도구와 환경(더 나아가 사회와 자아)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는 높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요구된다. 또한 디자인을 실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에 대한 더 갚은 이해가 요구되며 대중에게는 디자인 과정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이 요구된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10-
작가가 얘기한 것 처럼 디자이너는 재료와 과정을 선택함으로써 세상의 많은 것을 이롭게 할 수도 있고, 해롭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 아주 중요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디자이너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고,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할 때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배경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디자이너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상을 디자인(Design, 설계)하는 사람들일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참고로 이 책은 크게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 2파트로 나눠져 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6장으로 되어 있다. 1부 '디자인의 현재'에서는 오늘날 디자인이 실행되고 교육되는 것을 정희하고 비판하려고 시도했다. 2부 '디자인의 미래'에서는 각 장마다 적어도 한 가지의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시하였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13-
기억에 남는 글귀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이다. 거의 매순간,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 왜냐하면 디자인이란 인간의 모든 활동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욕망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한 모든 행동의 계획과 패턴화는 디자인 과정을 의미한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27-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라는 문구가 마음을 울렸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의 진정한 작업은 고집스럽게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분해하고, 무엇이 그 제품을 작동하게 하며, 그것이 더 잘 작동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한 다음 더 나은 외관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다...어느 특정한 선까지는 타협을 하나 그의 생각에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디자인 원칙에 대해서는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는다. 그러한 경우 그는 그의 고객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고객이 그에 대한 신뢰감을 잃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58-
디자이너에게 사용자(고객)는 항상 중요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고유의 생각(철학)을 갖는 것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선에서는 타협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 뚝심이 진실된 것이고 확고한 것일 때에는 사용자에게도 와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불안해했던 나는 입심 좋게도 시장 수준에서의 '아름다움'과 '소비자 만족'에 관해 떠들어댔다. 그는 내 말을 가로막았다. "물론 다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책임감은 그런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91-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일이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다.
하나의 라디오를 생산하기 위해 그 지역에 공장이 지어지고, 근로자가 고용된다. 근로자는 공장에 다니기 위해 거주지를 옮길 수도 있다. 공장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고 하나의 타운이 만들어지면 근처에 마트나 음식점과 같은 편의시설이 생겨나고 학교가 지어지기도 한다.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엮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디자인에는 생각보다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그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자각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로서 인간의 제작, 환경, 나아가 그 자신까지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과거는 물론 그가 한 행동의 결과가 초래할 미래까지도 분석해야 한다...모든 디자인은 일종의 교육이다. 디자이너는 제조업자인 그의 고객과 시장의 대중을 교육하려 시도한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145-
디자이너가 작업을 할 때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문제들을 인식하고, 명확히 하고, 정의하고, 또한 해결해내는 능력이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199-
디자인에 있어 절대로 유행에 뒤쳐지지 않을 단 하나의 원천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연이라는 핸드북이다. 생물학적, 생화학적인 시스템을 통해서, 인류가 처해왔던 문제들이 해결되었다. 자연에 빗대어 인간이 가진 문제를 최상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241-
자연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자연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건축가가 아무리 새로운 방식, 재료, 그리고 새로운 과정을 도입할지라도 인간의 신체조건, 순환, 계획, 그리고 스케일의 기본적인 문제는 파르테논의 시대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273-
제이콥 닐슨의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사용성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고 사람이 사물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은 매우 느리게 변한다"는 주장이 생각났다. 기술이 아무리 변하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인간의 기본적인 문제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간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인간이기에. 모든 것이 곧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하는 AI시대에 그나마 희망으로 보이는 점이 아닐까 싶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미적 판악과 고객의 욕망, 소비자들의 수준에서 좋은 취향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결합시켜 '작업'한다. 디자인 팀과 같이 일하며, 우리의 6가지 기능 복합체를 가지고 결과를 검토하고, 소비자 집단의 구성원들과 같이 일함으로써, 이런 잘못된 디자인을 피할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사회의 중요한 변화가 상품 생산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우리는 상품이 '가격이 얼마인가'를 대신 하여 '얼마나 좋은가'라고 물으며 선택을 결정해야 한다...도덕적, 미학적, 윤리적 가치들은 어떤 결정에 적용되면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341-
우리 주변에는 값싸고 좋은 물건들이 참 많다. 어쩔땐 그게 그거 같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할 때, 그것들에는 보통 스토리가 있고, 철학이 있다. 어떤 가치를 담고 있다.
만일 우리가 통합 디자인, 전체로서의 디자인, 통합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디자인 전 과정을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할 것이다...그러한 디자이너들을 양성해 내려면, 학교 교육은 전문화된 교육을 지양하고 현재로서는 디자인과 관련이 없다고 여겨질 수 있는(조금이라도 관련되어 있다면) 다양한 분야들을 포함해야 한다.
...
우리가 디자인한 모든 것들은 (보통 일반화에서 특수화되는) 인간 존재의 연장이다...인간이 특정 욕구를 강조해왔던 또는 강조하지 않았던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이러한 욕구들이 부딪히는 과정은 새로운 제품이나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도입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더구나 그러한 욕구들은 문화가 변화되어 감에 다라 재검토되고 재정의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의 인류적, 역사적 층위를 찾게 될 때 우리가 다루는 아이디어의 특정한 문맥을 간파하게 된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362~363-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이렇게 넓은 것인줄 몰랐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정말 깊은 분야라는 것이 느껴진다. 디자인에는 얽혀있는 것들이 참 많다.
여러 산업체와 현직 디자이너들은 폭넓고 일반적인 배경과 지식을 가진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도로 전문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보통 처음에는 직장을 쉽게 얻게 된다. 그러나 그 후로 5년에서 10년이 지나게 되면 디자인과 건축의 사회적 측면과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통합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승진하는 동안, 그 또는 그녀는 중도에 탈락할 것이다.
...
그러므로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지각, 인간공학, 생물공학), 행동과학이 강조되는 것이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368~369-
'고도로 전문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보통 처음에는 쉽게 직장을 얻지만 5년 10년이 지나게 되면 폭넓은 경험을 통합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승진하는 동안, 그 또는 그녀는 중도에 탈락할 것'이라는 문구가 크게 와닿았다. 이 분야에 도전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위로가 되었다.
디자인이라는 작업이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디자인을 만드는 데에는 그 분야에 대한 깊은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깊은 관찰과 이해를 하기 위해선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은 계속해서 일반적인 것에서 특수한 것으로 움직이며 그런 후 확대되어 다시 일반화되는 것이다...다시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할 수 있을 해결 방법과 응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374~375-
플로우차트는 매우 단순하게 작동한다.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매개변수(몇몇은 위에 기재된 것들과 다르지 않다)를 열거하고, 각각의 매개변수들을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분류항목 아래에 기재했다...그러고 난 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떤 것들 간의 관계를 설정해 보기 시작했다.
...
플로우차트가 가진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새로 형성된 관계들을 즉시 벽에 붙은 차트에서 읽을 수 있으며 한 번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해결 방안, 아니면 적어도 해결 방향 정도를 찾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플로우차트는 또한 이 단어의 정의상 결코 완성될 수 없다. 말하자면, 거기에 새로운 개념들과 전체적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들을 거으이 무한정으로추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관계들은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즉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언제까지 하느냐는 것이다...디자인 팀은 그들이 맡은 디자인 작업이 완결된 때까지 플로우차트를 진행시킨다.
이 플로우차트를 살펴보고, 특히 그 비선형적 구조를 주목하여 보아라.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플로우차트를 가지고 놀면서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고 자기만의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380~381, 386-
디자인은 존재하는 자료와 경향을 살펴보고 계속해서 앞으로 구축해 나아갈 미래의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추론하는 것이다.
...
새로운 발견이나 행동의 시작은 대부분 서로 다른 기술 분야나 학문 분야가 만나는 경계에서 이루어진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395~396-
컴퓨터와 다른 정보처리 장치들이 점점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활동에 대한 새로운 구분과 재정의가 이루어졌다. 우리가 여태껏 전적으로 지적인 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활동(실제로는 단조로운 작업에 불과했던) 중 상당량을 컴퓨터에 부과하면서 우리의 지성에서 진정한 지적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 여기, 즉 컴퓨터화된 작업과 인간의 일, 여가가 만나는 지점에 디자인 팀이 위치해야 한다.
자동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이 늘어나고 일상적인 통제, 품질관리, 계량이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디자인 팀이 하는 일(리서치, 사회 계획, 창조적 혁신)이야말로 인간에게 남겨진 몇 안 되는 의미있는 절실한 행동이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398-
요즘 AI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AI가 인간이 하는 일을 모두 대체하는 건 아닐까'에 대한 사회적 불안도 큰 것 같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AI가 하기 어려운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 디자인. (여기서 디자인이란 심미적인 것 말고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들)
디자이너들이 (초기 수렵 인류의 유산인) 광범위하며 특수화되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팀을 이뤄 세계에 기여하는 것, 이제 이러한 통찰에 사회적인 책임감이 결합될 차례이다. 많은 영역에서 디자이너들은 다시 디자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만 우리는 디자인을 통한 생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빅터파파넥, '인간을 위한 디자인' 중에서 p422-
AI와 로봇이 일상이 된 미래에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초기 인류가 그랬듯 다시 농사짓는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AI가 대부분의 일자리를 자동화하는 최첨단 기술의 끝에서 결국 인류는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어쩌면 기술의 끝에서 마주할 가장 고도화된 디자인은 다시 흙을 만지며 생명을 일구는 원시적 본능의 회복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
미진사 · 2009년 02월 05일

목차
초판 서문
제2판 서문
1부 디자인의 현재
1.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2. 집단 학살
3. 고상한 속물의 신화
4. DIY의 위험
5. 우리의 크리넥스 문화
6. 만병통치약과 수면제
2부 디자인의 미래
7. 이유 있는 반항
8. 지식의 나무
9. 디자인의 책임
10. 환경 디자인
11. 네온으로 된 칠판
12. 생존을 위한 디자인과 디자인을 위한 생존
초판 역자 후기
제2판 역자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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